유시연의 테마음악회  'folk tunes'

 

글·김효진 (음악평론가)

2009년 5월 String & bow Special stage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있는 음악회는 분명 청중이나 연주자 자신에게도 색다른 체험을 던져준다. 여덟 번째 테마 콘서트 (4월2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 홀)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숙명여대 교수)은 아마도 연주회를 가질 때마다 성장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번 콘서트의 주제는 바로 민속음악으로, 바르톡 파야 같은 클래식 작곡가들의 작품들과 아일랜드나 터키 중국 등의 고유한 전통 음악을 바이올린 작품으로 편곡하여 연주했다.

첫 속은 바르톡의 루마니아 민속 춤곡으로 20세기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작곡가의 대표작중 하나이다. 유시연은 이 음악의 핵심적인 해석의 열쇠로 리듬의 다채로움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녀의 바이올린은 춤추고 노래하며 깡충깡충 튀어 오르며 트란실바니아 평원을 가로지른다.

파야의 스페인 민요 모음곡은 리베리아 반도 특유의 리듬감이 돋보이는 곡인데, 유시연은 한없는 탄식과 꿈처럼 아련한 세계의 틈 사이를 비행하고 있다. 이 여섯 개의 작품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으며, 그러면서도 독립적인 성격을 부각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 유시연의 바이올린과 박수진의 피아노는 호흡의 완결성과 탄력적인 리듬감으로 이런 난점을 극복했다. 1악장 무어인의 인상에선 독특한 리듬의 묘미를, 2악장 나나에서의 따뜻함, 3악장 칸시온에서는 우아함이, 4악장 폴로에선 슬픔의 바다를, 5 악장 아스투리아스 지방의 노래에선 내면의 거울을, 6악장 호타에선 흥겨움을 보여주었다.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에서'는 한 위대한 영혼이 자신의 조국과 어떤 방식으로 예술적으로 화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유시연은 스메타나의 심장 박동소리와 함께 움직이며 보헤미아의 산과 들을 바이올린을 통해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피아노를 연주했던 박수진의 몫도 컸다. 한편, 코플랜드의 작품에서 이 두 연주자는 코플랜드 특유의 모더니티적 감각과 민속리듬의 행복한 결합을 구현했다.

음악회의 2부에서는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터키 이스라엘 루마니아 미국 중국 인도 헝가리 한국 등의 민속음악을 바이올린과 퍼커션 (또는 피아노)을 위한 편곡작품을 연주했는데, 어떤 의미에서 이번 음악회의 핵심적인 프로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대단히 흥겨웠고, 무엇보다 바이올린과 타악기와의 절묘한 리듬감은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추억으로 남을 듯하다. 탁월한 리듬감으로 퍼켜션을 연주한 에드워드 최의 공헌은 이 음악회를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이끌어냈으며, 새로운 음악적 체험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탱고 음악의 세계로,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

 

글·한상우(음악평론가) / 사진·윤윤수

2002년 6월 String & bow '스페셜 리뷰‘

 

바이올리니스트 유시연이 4회에 걸친 테마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그 첫 번째 무대를 지난 5월 3일 영산 아트홀에서 가졌다.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유시연은 후진 양성과 더불어 본격적인 국내 무대 활동을 펴나가고 있는데 이미 그의 연주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매력 있는 연주가로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가 계획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는 테마 콘서트는 보통의 연주 프로그램과는 달리 예술적 깊이와 끼 있는 대중성 그리고는 바이올린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테크닉의 세계를 청중과 나누려는 의도적인 레퍼토리로 짜여져 있어 전문 연주가로서의 청중에게 다가가는 프로 정신을 느끼게 한다.

세련된 끼로 전문 연주가의 프로정신 보여준 무대. 

 

프로 정신이란 청중과 감동을 나누며 음악하는 즐거움과 음악 듣는 즐거움의 접점을 찾는 것을 의미하며 전문 연주가로서 참신한 아이디어와 항상 새로움을 찾는 정열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유시연의 테마 콘서트 첫날의 무대에서도 그러했지만 계속되어질 시리즈 연주가 계속될수록 상당한 반응을 가져오리라 믿는다.

요즈음 한참 인기를 얻고 있으며 또 레코드를 통해서도 세계적인 선풍을 끌고 있는 피아졸라의 탱고 레퍼토리만을 무대에 올려 청중에게 특별한 감흥을 선사한 유시연이 두 번째로 준비 중인 프로그램은 헨델·모차르트·브람스·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소나타이고 보면 21세기 연주가로서의 모습을 분명히 하겠다는 당찬 메시지가 확연하게 다가온다.

   

피아졸라의 탱고 레퍼토리는 음악적 구조로 보나 탱고 리듬의 현대적 흐름으로 볼 때 피아노와의 감각적 앙상블이 매우 중요한데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서 함께 공부한 피아니스트 박수진을 선택함으로써 달관된 연주력과 거침없이 흐르는 젊음의 열기가 강렬한 색감으로 다가왔다. 유시연 자신이 프로그램에 쓴 내용들을 보면 탱고의 기원에서부터 탱고의 역사 그리고 탱고와 피아졸라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고 또 레퍼토리에 대한 해설도 함께 쓰고 있어 이날의 청중은 프로그램에 대한 사전 이해가 가능했겠지만, 피아졸라 탱고가 결코 대중적 취향으로 접근할 수 없음을 우리는 익히 알 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탱고 레퍼토리가 강하게 요구하는 세련된 끼와 리듬 처리에 대한 멋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실패하고 만다는 점을 생각할 때 다소곳하며 클래식한 분위기를 흩트리지 않는 유시연이 어떻게 요리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를 지울 수 없었다.

 

끼를 부릴 것 같지 않은 모습으로 무대에 나타난 유시연은 박수진의 피아노와 함께 리베르탱고와 망각을 연주했다. 리베르 탱고가 강렬한 탱고 리듬에 의한 동적인 것이라면 망각은 정적인 것이었다. 세련된 무대매너와 음악적 흐름에 따라 점차 흥분으로 몰고 가는 두 사람의 앙상블은 첫 곡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청중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망각에서는 비브라토 없는 하모닉스의 순결함이 청중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했다. 물론 아르헨티나 탱고를 다시 무대 예술로 승화시켜 전 세계인에게 돌려준 피아졸라의 창작력은 우리를 놀라게 하지만 이날 연주에서 느낀 것은 연주가의 연주력이 무대 위에서는 감동의 폭을 더 넓힌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노니노여 안녕은 피아노 독주로 시작했다. 피아노가 연주하는 동안 유시연은 피아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조용히 서서 청중으로 하여금 피아노로 집중하도록 했는데 그것 역시 매력 있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이윽고 독주 부분이 끝나면서 소름끼치는 끈질긴 바이올린 소리는 때로 둔탁한 어두움을 상상시키며 피아노와의 대화를 이어갔고 후반에서는 맛깔스러운 로맨틱이 넉넉한 분위기를 유발하며 마지막 고음의 하모닉스로 꿈꾸듯 허공으로 살아졌다. 전반부 마지막 탱고의 역사 중 ‘카페 1930’과 ‘나이트 클럽 1060’은 키타리스트 장승호의 기타로 앙상블을 이루었는데 정적인 카페와 동적인 나이트 클럽의 대칭적인 맛을 소박하면서도 민속적인 기타의 울림에 맞추어 친근감 넘치는 레퍼토리로 승화시켰다.

 

이 날의 후반 무대는 훨씬 에너지를 요구하는 프로그램으로 청중을 압도해 나갔다. 조용하면서도 전혀 그럴 것 같지 않은 분위기에서 저돌적인 에너지와 순간적인 반전으로 청중을 흔드는 유시연은 때로는 탱고 전문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탱고 속에 빠져드는 듯 했는데, 모든 것을 음악 속에 던지는 당당한 몰입은 연주가로서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봄에서 대단한 에너지를 발산한 그는 밀롱가에서는 감성적이고 은근한 앙상블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는데, 이어진 상어에서는 다시 동적인 탱고 리듬을 앞세워 소리의 다양함과 피아노와의 조화를 명확하게 해주었다. 바이올린이 중심이 된 무대이긴 하지만 피아노의 역할 역시 음악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는데 감추어진 열정, 감추어진 끼 그리고 감추어진 대중적 멋의 세련된 표출이 뒤범벅이 되어 조화를 이룬 유시연의 테마 콘서트 1의 무대는 충분히 그의 두 번째 무대를 기대하게 했다.

 

이 날의 마지막 곡 위대한 탱고는 제명에 걸맞게 집요한 몰입을 요구하는 스케일이 큰 작품이었다. 스스로 흥분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잘하는 것 같은 과대한 움직임을 자제하면서도 그리고 탱고를 모르는 것 같은 묘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에 찬 카리스마로 할 짓을 다하는 유시연의 도도함은 타고난 연주가의 그것이었고 앞으로 이어질 그의 무대가 새로운 무대 작업의 전형을 이루어 내리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2004년 봄까지 이어질 테마 콘서트의 전 레퍼토리를 공개하고 시작하는 유시연의 자신감과 분명한 질서감은 음악 듣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청중에게 반드시 알리겠다는 투철한 신념으로 느껴지며 그래서 우리는 그의 작업을 믿음으로 지켜보게 된다. 유시연의 테마 콘서트1의 무대는 칭찬이 아깝지 않다. 

당당한 기질과 깊이 있는 표현으로

 

글·문태경

2008년 5월 String & bow

 

참신한 테마 선정, 예술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레퍼토리, 깊이 있고 책임감 있는 무대 매너로 자신의 독주회를 변함없이 알차게 이끌고 있는 바이오리니스트 유시연의 테마콘서트, 그 일곱 번째 무대가 지난 3월 26일 금호아트홀에서 있었다. ‘에펠탑이 세워질 즈음’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무대는 19세기 후반, 1889년 무렵 변화와 혁명의 시기에 자신들의 전통을 지켜가면서도 새로운 음악 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프랑스 작곡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유시연은 이날 같은 시대, 같은 공간을 살았지만 서로 다른 개성을 보여준 드뷔시. 쇼송. 사티. 프랑크와 같은 작곡가들의 음악적 특징을 진지하면서도 밀도 있는 연주로 주도했다.

 

첫 곡이었던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 g 단조’는 유시연 특유의 과감하고 자신감 있는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유시연은 선율의 흐름을 보다 분명하고 선명하게 가져감으로써 드뷔시 음악의 특징을 더욱 두드러지게 표현했는데, 이는 다소 무뚝뚝한 느낌을 주었다 하더라도 관객으로 하여금 색채감 짙은 각 악상들을 더욱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또한 암시를 내포하고 있던 2악장에서는 은근하지만 더욱 세밀하고 예민한 선율로 돌입함으로써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쇼송의 ‘Poeme, Op.25'는 차분한 가운데 심지 있는 감성 이입이 돋보였다. 서두름 없이 서서히 음악 안으로 걸어 글어간 유시연의 연주는 극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그 클라이맥스에 다달아 절정을 이루었다. 음악 전체를 읽어가는 연주자의 안목과 서정적 감성, 그리고 열정적 끼가 잘 조화된 무대였다.

  2부에서는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D 장조’가 먼저 연주되었다. 1부의 드뷔시와 쇼송이 ‘모호함’이라는 단어를 그 음악의 특징으로 하는 인상주의 작곡가들이라면, 사티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자신만의 음악세계로 시대를 살았던 작곡가였다. 이날 연주된 ‘짐노페디, D장조’는 짧은 곡이었지만 이런 사티 음악의 개성을 충분히 드러낸 선택이었다는 생각이다. 유시연은 안정감 잇는 톤으로 차분하게 프레이즈 하나하나를 풀어갔다. 정서적 만족감이 높은 잘 다듬어진 소리들이 이들 선율의 가치를 더 높여준 연주였다.

 

  마지막 곡은 유명한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였다. 프랑크는 앞선 작곡가들 보다 독일 음악의 전통을 좀 더 엿볼 수 있는 작품을 남기고 잇는데, 특히 이 곡에서는 작품 전체를 두고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순환적 구조의 선율을 연주자가 어떻게 표현해 갈지에 대해 큰 관심이 모아졌다. 유시연은 야무지고 안정적인 뉘앙스와 섬세하고 차분한 느낌,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는 당당하게 치고 올라오는 열정의 소리들로 악상을 무리 없이 만들어 갔다. 무엇보다 화려함이 가득한 패시지에서 두려움 없이 꽉 찬 울림을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연주에 대한 매력을 한껏 발산하였다.

  전체적으로 독주자로서의 당당한 기질과 깊이 있는 표현이 돋보였다고 말할 수 있다.

R e v i e w s

Trio de Sé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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